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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낮 12시쯤 서울 종로구 혜화동 필리핀 마켓에서 식사, 과자, 비타민, 샴푸 등 각종 필리핀 제품을 팔고 있다. 이 마켓은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린다.

지난 10월 23일 오전 11시쯤 찾은 서울 종로구 ‘혜화동 필리핀 마켓’. “Chicharon Bulaklak(곱창 튀김)” “Gwapo(멋있다)”등 생소한 필리핀의 타갈로그어가 곳곳에서 들렸다. 혜화동 필리핀 마켓은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혜화동 로터리 큰길가에서 열린다. 필리핀 음식을 파는 가게부터 필리핀 통조림·비타민·샴푸·과자 등을 파는 필리핀판 ‘다이소’까지 다양하다. 대학생들이 북적거리는 평일 대학로 분위기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 중에 곱창 튀김, 돼지고기 튀김(Lechon Kawali) 등 전통 필리핀 음식을 뷔페식으로 판매하는 곳이 가장 붐볐다.

1년 반째 이곳에서 장사 중인 비올레타(여) 씨는 “Chicharon Bulaklak!” “Kumusta(안녕하세요)”라며 행인들을 끌어모았다. 루데스(여) 씨는 6개월째 필리핀 떡인 카카닌(Kakanin), 팔라복(Palabok) 등을 팔고 있다고 했다. 옆 가판대엔 쿤돌(Kundol·겨울 멜론), 차요테(Chayote) 등 이색적인 채소도 즐비했다. 쭈글쭈글한 배처럼 생긴 초록빛 차요테는 필리핀에서 인기 있는 채소로, 수프와 볶음요리에 쓰인다.

같은 날 오후 찾은 종로구 창신동 ‘네팔 음식 거리’도 “여기 한국 맞아?”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이색적이었다. 이름은 네팔 음식 거리지만 인도·네팔 커리 전문점부터 태국 마사지 가게, 네팔 마트, 중국 양고기 전문점 등 각양각색의 베트남·중국·네팔 가게가 모여 있었다. ‘베트남 대박 미용실’은 베트남 손님만 받는데도 손님으로 북적거렸다. 베트남 쌀국수집 ‘포항(PHO HONG)’의 투항(여·40) 사장은 “손님 비중은 한국인 40%, 베트남인 60% 정도”라며 “주말엔 점심시간부터 오후 4시쯤까지 대기 줄이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실제로 오후 2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테이블 총 30여 개 중 70% 이상이 차 있었다. 근처 한국인들도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장사를 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동대문역점에서 일하는 박모(45) 씨는 “외국인 손님 비중이 20∼30%”라며 “관광객이 아닌 일하는 분들이 많아 기본적인 소통은 다 된다”고 말했다. 박 씨는 “1∼2년 새 베트남 가게들이 엄청 생겼다”며 창신동의 변화상을 전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총인구의 4%를 차지하고 외국인 집중거주지역이 5년 새 56% 확대되는 등 한국이 빠르게 ‘다민족 국가’ 지위를 굳히고 있다. 동시에 ‘대한민국은 단일 민족 국가’라는 인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제는 외국인을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들을 조화롭게 포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는 지난 2016년 200만 명을 처음 넘긴 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2021년을 제외하고 줄곧 200만 명대를 기록했다. 올해 5월 기준으로는 201만2862명이다. 다문화 가구도 2021년 기준으로 38만5000가구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의 2%에 불과한 수치지만, 그 증가세는 가파르다. 다문화 가구 수는 2016년 31만6100가구, 2017년 31만8900가구, 2018년 33만4900가구, 2019년 35만3800가구, 2020년 36만7800가구 등으로 4년 만에 16%가 늘었다.

외국인 주민 집중거주지역도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행정안전부는 외국인 주민이 1만 명 이상이거나 외국인 주민 비율이 5% 이상인 시·군·구를 외국인 주민 집중거주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외국인 주민 집중거주지역은 총 89곳으로, 5년 전보다 56% 증가했다. 외국인 주민 집중거주지역은 2015년 57곳, 2016년 65곳, 2017년 69곳, 2018년 82곳, 2019년 95곳, 2020년 89곳으로 확대됐다.

인구 10명 중 1명 이상이 외국인 주민인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2020년 기준 총 7곳이었다. 서울 구로·영등포·금천구와 경기 안산·시흥시, 충북 진천군, 전남 영암군이 해당했다. 이 중에서도 서울 구로·영등포구와 경기 안산·시흥시는 외국인 인구가 10%를 차지하면서도 5만 명을 넘었다.

외국인 대학생 수도 10만 명대에 이른다. 외국인 학생 수는 2018년 9만9553명에서 2019년 11만1915명으로 증가한 뒤,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10만1083명, 2021년 9만8084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다 올해 코로나19 유행세가 점차 잦아들면서 10만5737명으로 10만 명대를 회복했다. 서울의 주요 대학 가운데 외국인 학생 비중이 10%를 넘는 학교도 많다. 중앙대(학부·대학원)는 총 학생의 12.4%인 4700명이 외국인이다. 중앙대 관계자는 “중국 학생이 외국인 학생의 79%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연세대(학부)와 고려대(학부) 역시 외국인 학생 비중이 각각 15%, 13%를 차지했다.

한국이민정책학회장을 맡고 있는 문병기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위축된 외국인 주민 수가 다시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 외국인 주민들은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우리 국민과 외국인 주민 모두를 아우르는 쌍방향 통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 교수는 “외국인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됐을 때 어떤 영향이 생기는지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알리는 대국민 홍보가 이뤄져야 하고, 엘리트 외국인 인재부터 단기 노동자까지 다양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문화일보, 2022년 11월 0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