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더 먹었다'와 '한 살 더 늙었다'

한국인과 서양인의 차이.. '시간을 먹는다'와 '늙는다'.jpg

▲ 휴대용 평면 해시계 삼각형 모양 겨냥표는 접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겨냥표 아래 왼쪽에 지남침이 있다. 지남침은 언제나 남북을 가리키도록 되어 있어 시계를 놓을 때 겨냥표 끝을 북쪽 방향으로 놓고 시간을 볼 수 있다.
ⓒ 서울역사박물관

한국인은 새해가 되면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 '들었다'고 한다. 이 말은 뉴턴역학처럼 시간을 절대적(독립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나(주체)와 관계(상대적) 속에서 보는 것이고, 시간이 내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장가를 들자 전과 달리 속이 깊어지고 하는 짓이 남다르면 "장가들자 철들었구나!" 한다. 여기서 철은 영어로 '계절(season)'을 말한다. 계절(사철)은 '시간'의 구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철이 사람 몸과 마음속으로 쑥 들어왔다는 것은 시간의 기운이 내 속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뜻한다. 또 '나이가 들어도 철이 없다'는 말이 있다. 나이를 먹어도 속이 없으면 하는 말이다. 이 또한 시간(나이)이 몸과 마음으로 들어와도 '헛먹으면', 다시 말해 주체가 잠자고 있으면, 시간과 내가 하나가 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중국 사람들의 시간관도 우리와 비슷하다. 중국어로 '한 살 더 먹다'는 "?了一?."이다. 여기서 '?'은 장(長)이다. 한자에서 장(長)은 '시간'을 뜻하기보다는 보통 '공간'을 가리킨다. 나이를 먹는 것이 늙는(old) 것이 아니라 도리어 속이 깊어지고 넓어진다는 것이고, 우리말로는 철이 든다는 말이다.

'너 한 살 더 먹었구나'를 영어로 하면 "You've aged a year"가 된다. 여기서 'age'는 '오래되다, 늙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 문장을 직역하면 '너는 한 살 더 늙었다'가 된다. '나는 스무 살이다'를 영어로 하면 "I am twenty years old"이다. 여기서도 볼 수 있듯 서양 사람들에게 나이는 죽음(끝)을 향해 가는, '늙는 것(old)'이다. 서양 사람들이 나이(시간)를 이렇게 보는 것은 히브리적(기독교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다분히 희랍적인 시간관에서 온 것이다.

플라톤은 사람이 발 딛고 사는 세상 저편에 '이상 세계'를 놓는다. 이상 세계는 관념 세계이며, 흔히 '이데아 세계'라 한다. 그 세계는 변화가 없고 언제나 완벽하고 영원하다. 반면에 사람 사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이데아 세계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시간 또한 인간의 영역에 있는 것이고, 그것은 '영원'의 그림자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니 시간(나이)은 손실, 퇴락, 몰락을 뜻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오마이뉴스, 2018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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