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부터 즐거운 설날 연휴가 시작돼요. 설날은 추석과 함께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로 정월 초하룻날을 말하죠. 즉 음력으로 맞는 1월 1일이랍니다. 설날에 우리 조상은 예절에 맞춰 여러 행사를 치르고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먹었어요. 설날의 다양한 풍속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지만, 우리 민족의 풍속을 기록해둔 책들 덕분에 더욱 자세하게 알 수 있게 됐지요. 그 대표적인 책이 '동국세시기' '열양세시기' '경도잡지'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세시풍속에 대한 책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해요.

◇세시풍속을 기록한 세시기
조선 제24대 임금인 헌종 15년(1849)의 어느 날이었어요. 이자유라는 사람에게 누군가 찾아와 책 한 권을 내밀며 말했어요.
"이 책은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것이네. 중국에서는 6세기경 종름이란 사람이 형초세시기를 지은 뒤로 이런 책을 지은 자가 많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는 것 같아 이렇게 책을 지었네."

그럼, 이 책이 우리나라의 세시기란 말인가?"
"그렇다네. 자네가 이 책의 머리말을 좀 써주게나."
이자유를 찾아와 자신이 쓴 세시기의 머리말을 써달라고 부탁한 사람은 홍석모라는 문인이었어요. 홍석모는 정조 때인 1781년에 태어나 순조 때에 과천 현감과 남원 부사 등을 지낸 인물이었죠. 젊어서 우리나라의 지방 곳곳을 두루 여행했고, 여행을 하며 자신이 본 풍경과 사물과 풍속들을 수천 편의 시로 남겨 놓았지요.

◇홍석모의 '동국세시기', 김매순의 '열양세시기'
홍석모는 우리나라의 민속에도 큰 관심을 가졌어요. 그래서 우리나라의 풍속을 정리·기록해뒀다가 일흔을 앞둔 나이에 이를 책으로 펴냈지요. 이 책이 바로 '동국세시기'예요. 동국은 중국의 동쪽에 있는 우리나라를 일컫는 말이고, 세시는 한 해의 절기나 달, 계절에 따른 때를 말해요. 세시기는 세시에 행해지는 여러 민속 행사나 풍물을 적어 풀이해 놓은 책을 말하고요.
동국세시기는 달마다 풍속을 왕실, 양반, 서민의 순서대로 기록했고, 각 달의 끝 부분에는 '월내(月內)'라고 하여 그달의 풍속 중 날짜가 분명하지 않은 것들을 담았어요.
그러나 동국세시기가 나오기 30년 전에 이미 한 권의 세시기가 편찬됐는데, 그 책의 이름이 '열양세시기'예요. 김매순이 순조 때인 1819년에 지은 책으로 한양에서 행해지는 궁중 및 관아, 민간의 풍속을 월별로 기록한 것이에요. 열양이란 한양의 별칭으로 오늘날 서울이랍니다.

◇실학자 유득공이 쓴 '경도잡지'
"설날에 남녀가 모두 새 옷으로 갈아입는 것을 세장(歲粧)이라 하고, 친척이나 어른들을 찾아가 절하는 것을 세배(歲拜)라 하며, 오는 손님들에게 시절 음식을 대접하는 것을 세찬(歲饌)이라 하고, 그때에 내놓은 술을 세주(歲酒)라 한다. 설날에는 술을 데우지 않고 마신다. 이것은 새봄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설날에 대한 풍속을 기록한 책 '경도잡지(京都雜志)'에 나오는 내용이지요. 경도잡지는 2권이 하나로 엮어진 책이죠. 제1권은 옷, 음식, 주택 등 한양의 문물제도에 대한 내용을, 제2권에서는 한양의 세시풍속에 대한 것을 기록하고 있어요. 경도는 서울을 뜻하는 한자말이랍니다.
책의 지은이는 유득공이며 책이 지어진 때는 정조 때로 여겨져요. 그러니까 동국세시기나 열양세시기보다 먼저 지어진 책이지요. 후세의 학자들은 '경도잡지' 제2권 세시편이 열양세시기와 동국세시기 편찬에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세시풍속에 대한 책을 쓴 뜻은?
유득공은 어떤 인물이었을까요? 그는 정조 때의 실학자로 규장각 초대 검서관(책을 교정하거나 원본과 똑같이 베끼는 일을 맡는 벼슬)을 지낸 인물이에요. 서자 출신으로 어려운 형편에서 열심히 공부해 시인으로도 이름을 날렸으며, 정조로부터 재능과 학식을 인정받아 20여년간 관직 생활을 한 인물이지요.
우리나라 고대사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발해고'라는 역사책을 써서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임을 밝혔죠. 또한 발해를 우리 역사에 넣어 통일신라를 남국, 발해를 북국으로 부르자는 주장을 펼쳤어요. 그의 주장에서 시작돼 남북국시대라는 말이 생겨났지요.
이처럼 우리 역사를 소중하게 생각한 유득공이 우리 민족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경도잡지라는 책을 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라요. 우리 민족의 전통과 문화도 무척 소중하게 생각했을 테니까요. 김매순과 홍석모가 열양세시기와 동국세시기라는 책을 각각 쓴 것 역시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풍속과 문화가 이어지길 바라서였을 테지요.

[함께 생각해봐요]
명절은 우리 조상이 예로부터 좋은 날을 택해 여러 행사를 하며 즐기거나 기념해 온 날이에요. 설날 말고 우리나라에 어떤 명절이 있는지 알아보고, 각각의 의미를 생각해봅시다.(조선일보, 2015년 3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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