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답게 사는 길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성스럽고 감동적인 그림은, 그 첫 번째가 어머니가 자녀에게 사랑스런 얼굴로 젖을 먹여주는 장면이요, 그 두 번째가 늙거나 병상에 누워있는 부모의 입에 자녀가 먹을 것을를 떠 넣어드리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출퇴근길은 늘 다람쥐 쳇바퀴와 똑같은 코스로 날마다 경복궁 역 지하도를 지나간다. 그 지하 복도에는 연중 내내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바, 바쁘지 않는 퇴근길에는 이따금 발길을 멈추곤 한다.
어느 날 그곳을 지나는 데 색다른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대한 모유 먹이기 운동' 협회에서 어머니가 아기에게 젖먹이는 사진을 공모한 입상작품을 40여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기 드문 감동적인 모습의 사진들이라 한동안 내 눈이 즐거웠다.
공통 주제의 작품인지라 거의 대부분 사진이 어머니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장면으로, 처음에는 낯모르는 여성의 풍만한 젖가슴을 훔쳐보는 듯해서 때로는 민망스러웠지만, 곧 그 성스런 모자 모녀의 거룩한 상에 빠져버렸다.
작품 속의 주인공인 어머니나 아기의 표정이 하나 같이 사랑에 넘쳤다.
금상을 받은 작품은 아기가 젖을 빨다가 너무 고마운 나머지 어머니를 빤히 바라보면서 “엄마, 고마워요.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어머니를 올려다보는 장면이고, 그 어머니는 “귀여운 아가야, 그래 엄마 지지 실컷 먹고 어서 무럭무럭 자라라”고 아기를 보듬어 안은 채, 사랑하는 자식에게 속삭이는 듯했다.
이 어머니와 어린 자식간의 침묵의 대화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답고 거룩한 그림이 어디 있으랴. 내가 화가라면 이런 모습을 대작으로 남기고 싶었다.
또 하나 감동적인 장면은 몇 해 전, 어느 TV에서 보았다. ‘노인들의 치매’에 관한 특집 프로인데, 늙으신 아버지는 치매 증상이 심해 방바닥에 누워 인사불성이었고, 아들은 아버지를 위해 바이올린을 켜고 있었다. ‘아버지, 이 소리가 들리십니까?’ 그러나 아버지는 대답이 없다.
그 아들은 전직 교사로 아버지의 치매 때문에 아내로부터 이혼까지 당하고서도 그 아버지를 차마 버릴 수 없었다. 아들은 아버지를 봉양하기 위해 시골로 가서 부자가 함께 기거를 하며 치매에 좋다는 청둥오리까지 길러 이따금 잡아 드린다고 했다.
아들이 죽을 끓여 대접에 담아와서 침대에 누워 있는 인사불성의 아버지 입에다가 숟가락으로 떠 드리는 장면이었다.
아버지는 말을 못하지만, “내 아들아, 눈물이 나도록 고맙다. 너는 정말 사람의 자식이다”고 눈빛으로 말하는 듯했고, 아들은 “아버지, 많이 드시고 꼭 일어나세요”라고 온몸으로 정성을 바치는 듯했다.
그 아들은 요즘 세상에 참으로 보기 드문 효자요, 정말 사람답게 사는 사람의 아들이었다.
나는 그 장면을 본 후 나 자신이 몹시 부끄러웠다. 나는 그런 효도를 내 부모님에게 못해 보고 두 분 다 떠나 보냈기 때문이다.
세상의 부모님들이여, 첫 번째 그림을 잘 그리십시오. 세상의 자녀들이여, 두 번째 그림을 잘 그리시오. 이것이 사람답게 사는 길로써, 인륜의 첫 장이요, 그 마지막 장입니다.
이 한 마디를 모든 부모와 자녀들에게 남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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