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 비로봉, 장보고, 을지문덕, 서울, 충무공’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해군 함정의 이름이다. 얼핏 보기엔 어떤 규칙도 없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해군은 주로 함정의 역할과 관련해 작명한다는 원칙을 마련해 놓았다. 최근에는 국난 극복에 공이 있는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구축함, 잠수함에 쓰고 있다.

대표적인 전함인 구축함에는 외적을 물리치거나 영토를 확장한 왕과 장수의 이름이 붙여지고 있다. 한국형 구축함 1세대인 3,500t급 구축함 3척은 광개토대왕, 을지문덕, 양만춘호로 각각 명명됐다. 2세대 격인 4,500t급의 이름은 충무공 이순신, 문무대왕 등이다. 작명 후보 리스트에는 세종대왕 등도 올라 있다.

호위함이나 초계함, 소해함에는 행정구역 이름을 주로 딴다. 배의 규모가 클 경우 시·도나 대도시, 작은 배는 소도시나 군의 지명을 따왔다. 1,800t급 호위함에는 서울호·전남호, 1,300t급 초계함은 포항호, 500~600t급으로 기뢰 제거를 하는 소해함에는 강진호(전남 강진군) 등의 이름이 붙었다.

잠수함은 바다에서 공을 세운 ‘수군’ 출신 장군 이름이 많다. 장보고호, 최무선호, 이종무호 등이 그 예다. 앞으로는 김좌진, 홍범도 같은 독립운동가 이름도 고려되고 있다.

해병대가 주로 쓰는 상륙함(4,300t급)은 비로봉, 향로봉, 성인봉(울릉도) 같은 봉우리로 이름을 지었다. 뭍에 내려 목적지를 함락시키는 임무를 띤 군인을 태우고 다니는 함정 용도를 우선한 것이다. 군수지원함은 호수처럼 흔들림 없이 제때 지원하라는 뜻으로 호수 이름을 딴 천지호, 대청호 등으로 명명됐다.

해군 공보과 정성엽 중령은 “미국은 항공모함에는 ‘존 F 케네디’ ‘니미츠’ 같은 유명 인사를, 잠수함에는 ‘오하이오’ ‘미시간’ 등 주나 도시 지명을, 순양함에는 ‘노르망디’ 같은 유명한 전투지역 이름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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