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95번째 '산유국' 지위 안겨준 천연가스 생산기지
2021년 퇴역 앞두고 해상풍력발전 시설로 재활용 검토
철거·신규시설 비용 절감하며 새로운 에너지사업 가능
주변 해역 조업 어민들 반발..소통·설득 남은 숙제

 

 

울산에서 남동쪽으로 58㎞ 떨어진 동해 바다 한가운데 소형 석유화학 플랜트가 있다. 우리나라에 세계 95번째 산유국 지위를 안겨준 동해가스전 해상플랫폼이다. 김해공항에서 헬기로 4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이곳에선 한국석유공사 직원 23명이 머무르며, 수심 152m 아래 지표면에서 초경질원유(콘덴세이트)가 섞인 천연가스를 뽑아올려 수분을 뺀 뒤 61㎞ 길이의 해저배관으로 육상에 보내는 일을 한다. 하루에 생산하는 천연가스는 34만 가구가 이용할 수 있는 양이다. 지난 24일 이곳에서 만난 한국석유공사 홍보팀 이은규 부장은 “지난 16년 동안 동해가스전 시추·생산시설 설치와 운영에 들어간 총비용이 1조원인데, 총수익은 2조원이 넘는다. 동해가스전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노하우가 이후 성공적인 해외유전 개발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해상플랫폼은 바다 밑바닥에 고정된 200m 높이의 철재 구조물로 지탱된다. 가스 생산시설과 발전시설은 물론 근무자 주거·휴게시설과 보급선의 생필품·장비 등을 옮기는 크레인에 헬기장까지 갖추고 있다. 이 가스전 플랫폼이 해상 풍력발전단지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04년과 2016년 가동을 시작한 ‘동해-1’과 ‘동해-2’ 해저생산시설이 매장량 고갈로 올해 안에 생산을 멈추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다소 유동적이지만 2021년 6월 해상플랫폼의 퇴역이 예정돼 있다”고 했다.

 

울산시와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10월부터 ‘200㎿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업무협약’을 맺고, 동해가스전 해상플랫폼을 해상변전소로, 해저배관을 전력 케이블 보호관 등으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상풍력발전 사업은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부터 “지역 조선·해양산업의 활로 개척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진해온 공약 사업이다. 울산시는 이와 별도로 민간이 주도하는 해상풍력발전단지를 1GW 규모까지 연차적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지난 24일 국내외 4개 민간투자사와도 첫 업무협약을 맺었다.

울산시와 석유공사가 해상풍력발전 사업에 손잡고 나선 것은 가스전 시설 재활용에 대한 이해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에, 석유공사는 퇴역시설 철거에 드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가스전 주변 해역은 인근 어민들에게 ‘바람골’로 불릴 만큼 해상풍력발전단지의 좋은 입지조건을 갖춘 곳이기도 하다. 가스전관리사무소 생산운영팀 김성해 부장은 “풍속이 보통 초속 6m 이상이면 풍력발전의 좋은 입지조건이라 하는데, 지난해 10월 이후 측정자료를 보면 월 평균 초속 7m 정도 나온다”고 했다.

 

 

일본 나가사키현 고토시 앞바다에 설치된 2㎿급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 울산시는 이보다 큰 5㎿급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 설계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울산시와 석유공사가 동해가스전 주변에 조성하려는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200㎿)는 2㎿급으로는 100기, 5㎿급으로는 40기 규모다.
         

문제는 해상플랫폼의 설계수명 기한(20년)이 몇 년 안 남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부장은 “안전성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플랫폼 구조물의 기초가 해저 암반지대까지 내려가 안정돼 있고, 구조물의 부식방지제 상태가 아직 양호한 것으로 보여 설계수명을 연장해 사용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했다.

동해가스전 주변 해역에서 어로작업을 하는 어민들의 반발 역시 변수다. 어민들은 최근 울산시가 연 간담회에서 “동해가스전 주변에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생기면 수만명에 이르는 동남권 어민들이 조업을 하지 못해 생존권을 잃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심민령 시 에너지산업과장은 “관련 어업인들의 의견도 계속 듣고 설득해 가며 상생방안을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2019년 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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