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와 함께 빙하기 초원에서 살던 종다리의 사체가 시베리아 영구동토에서 온전한 상태로 발견됐다. 로베 달렌 제공.


북유럽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북아메리카까지 북반구 전역에서 매머드가 어슬렁거리던 빙하기 생태계를 증언해 줄 새로운 동물이 시베리아 영구동토에서 발견됐다. 이제까지는 털매머드, 털코뿔소, 말, 들소 등 포유동물의 사체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번에 발굴된 동물은 처음으로 조류이다.

스웨덴 스톡홀름대 고유전학 센터와 미국 메인대 등 국제 연구진은 2018년 시베리아 북동부 인디기르카 강변 동토대에서 고대 종다리 사체 한 구를 확보했다. 당국의 허가를 받은 화석 사냥꾼들이 지하 7m 동굴 속에서 찾아낸 완벽하게 보존된 새였다.

   빙하기 종다리 사체가 발굴된 시베리아 동북부(붉은 점) 위치. 뒤섹스 외 (2020)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 제공.


연구자들은 이 새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를 과학저널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 21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새의 사체를 탄소 연대 측정한 결과 4만6000년 된 것으로 나타났다. 11만5000년 전 시작해 1만1700년 전까지 지속한 마지막 빙기의 중후반 무렵에 살았던 새였다.

이 새와 거의 같은 종다리가 현재도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 북부에 살고 있다. 툭 터진 지형이 있는 농경지, 해변, 공항 등을 좋아해 ‘해변종다리’로 불리는 새이다.


빙하기 종다리의 직계 후손인 해변종다리는 현재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에 널리 분포한다. 안드레아스 트렙테,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흥미롭게도 동토에서 발견된 종다리는 해변종다리와 비슷했지만 유전적으로 약간 차이가 났다. 주 저자인 니콜라스 뒤섹스 스톡홀름대 연구자는 “유전자 분석 결과 이 새는 현생 해변종다리의 두 아종인 시베리아 종다리와 몽골 종다리의 공통 조상으로 나타났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무언가의 이유로 동토에서 발견된 종다리가 시베리아 아종과 몽골 아종으로 갈라져 진화했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무얼까. 연구에 참여한 로베 달렌 고유전학 센터 교수는 “빙하기 말에 접어들면서 매머드가 살던 초원은 나뉘어 요즘 우리가 보는 것처럼 북쪽엔 툰드라, 중간엔 침엽수림대, 남쪽엔 초원 지대가 됐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초원에서 매머드가 사라지던 같은 시기에 종다리의 종 분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털매머드와 털코뿔소 같은 거대 초식동물은 빙하기가 저물면서 멸종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 종다리는 기후변화로 달라진 생태계에 적응해 두 아종으로 나뉘면서 살아남은 셈이다.

빙하기 종다리와 같은 지역에서 발굴된 1만8000년 전 강아지(개 또는 늑대) 사체. 세르게이 페도로프 제공.
        

         

이번에 종다리가 발굴된 인디기르카 강변에서는 다양한 시대의 빙하기 고생물 사체가 발견돼 당시의 생태계를 이해하고 동물진화의 역사를 밝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2018년 1만8000년 전 ‘개’를 비롯해 5만년 전 동굴 사자, 3만2000년 전 초원 늑대, 3만4000년 전 털코뿔소, 9000년 전 들소 사체 등이 이 지역에서 발견됐다.

특히 2018년 발견된 사체는 머리, 코, 수염, 눈썹, 입 등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상태인 2개월 된 수컷 강아지였는데, 고유전학 센터가 유전자 분석을 한 결과 개인지 늑대인지 알 수 없는 것으로 밝혀져 더욱 관심을 끌었다. 초창기 개 또는 늑대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개와 늑대의 조상은 1만5000∼4만년 전에 갈라져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한겨레, 2020년 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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