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꺼기 걸러내는 역할 하죠.
포도밭 왕자(30대 회사원) 요즘 들어 와인에 맛을 들이고 있어요. 특히 세련된 디자인의 와인 병에 끌리더군요. 그런데 와인 병 바닥은 왜 움푹 파인 걸까요? 왠지 와인 용량을 슬쩍 줄이기 위한 상술 같기도 하고…. -_-;;
신 기자 와인 병 바닥의 오목한 곳을 ‘펀트(punt)’라고 부른답니다. 펀트가 왜 있는 건지 와인 수입회사 신동와인의 김명선 소믈리에와 롯데호텔서울 공승식 소믈리에에게 물어봤어요.
포도밭 왕자 오호, 펀트라……. 적어놔야겠군요.
신 기자 펀트는 와인 병의 파열을 막는 역할을 해요. 와인이 오래 숙성되면 내부에 압력이 생겨 병이 깨질 수도 있거든요. 특히 스파클링 와인이 그렇죠. 바닥이 오목하면 병을 테이블에 내려놓을 때 닿는 면적이 좁으니까 충격으로 병이 파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요.
포도밭 왕자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와인 침전물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신 기자 와인이 10년 이상 숙성되면 타닌, 색소, 이스트 등으로 이뤄진 침전물(찌꺼기)이 생겨요. 이 찌꺼기는 먹어도 상관없지만 타닌 때문에 쓴맛이 나서 와인 고유의 풍미를 떨어뜨릴 수 있지요. 그래서 병 밑에 가라앉은 찌꺼기는 그대로 남기고 위쪽의 맑은 와인만 디캔팅을 하는 거예요. 이때 펀트 덕분에 찌꺼기가 바닥 전체에 퍼지지 않고 가장자리에 모이게 되죠. 와인을 따르려고 병을 기울일 때 소용돌이가 덜 일어나서 찌꺼기가 어느 정도 걸러지는 효과를 낸답니다.
포도밭 왕자 간혹 펀트에 엄지손가락을 넣고 한 손으로 와인을 따르는 소믈리에를 본 적이 있어요.
신 기자 맞아요. 펀트를 이용하면 더 편리하게 와인을 따를 수 있답니다. ^^

(동아일보, 1월 4일)